유교경영

삼성전자 성과급 제도화 논란…주주권 절차도 함께 봐야 [유교경영리포트]

액트 “주주 95% 반대”…이사회, 노사 협상 넘어 주주 영향 검토 필요

김정기 기자
2026.05.18·5분 읽기·조회 154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총파업 분수령으로 향하는 가운데,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를 둘러싼 주주권 논란이 제기됐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17일 삼성전자 주주 회원을 대상으로 긴급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참여 주주의 95%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액트에 따르면 ‘파업이라는 진통을 겪더라도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는 저지해야 한다’는 문항에 662명이 찬성했다. 장기 주가와 자산 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제도화 저지가 유리하다는 의견은 498명, 92%로 집계됐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성과급 지급 자체가 아니다. 기업 실적에 따른 임직원 보상은 경영 판단과 노사 협상의 영역에서 논의될 수 있다. 다만 매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방식이 도입될 경우, 회사의 이익 배분 구조와 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별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반영하고, 기존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요구가 단체협약으로 구조화될 경우, 향후 회사 실적과 주주 환원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액트는 성명에서 “연간 수십조 원 규모로 이어질 수 있는 이익 배분 구조를 노사 교섭만으로 확정해서는 안 된다”며 “삼성전자 이사회는 임시주주총회 소집 등 주주 의사를 확인할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리적 쟁점도 남아 있다. 액트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가 배당가능이익과 주주 환원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관과 주주총회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회가 주주총회 결의나 명확한 위임 없이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자금 지출 구조를 확정할 경우 법적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해당 주장이 곧바로 확정된 법률 판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성과급은 임금과 보수 체계의 성격도 갖고 있어, 이를 상법상 이익잉여금 처분이나 회사 중요 재산 처분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는 향후 법률 검토가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위법’으로 단정하기보다, ‘절차적 정당성과 이사회 책임을 둘러싼 쟁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유교 경전은 이름과 절차의 바름을 중시했다. 논어 자로편의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다”는 명부정즉언불순(名不正則言不順)의 가르침은 기업 경영에도 적용될 수 있다. 노사 갈등을 봉합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주와 시장이 납득할 절차를 세우는 일 역시 가볍지 않다.

 

이번 사안은 삼성전자 한 기업의 임금 협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과 자본시장에서 갖는 상징성이 크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화가 선례로 자리 잡을 경우, 다른 대기업과 산업 현장으로 유사한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노동의 정당한 보상 요구는 존중돼야 한다. 기업 성과는 임직원의 기여 없이 만들어질 수 없다. 다만 보상의 방식이 회사의 이익 배분 구조와 주주 환원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이사회는 노사 교섭의 압박만이 아니라 전체 이해관계자의 균형을 함께 살펴야 한다.

 

액트가 공개한 95% 반대 결과는 이사회가 참고해야 할 주주 의견이다. 여러 사람의 뜻은 거스르기 어렵다는 중의난위(衆議難違)의 말처럼, 주주들의 집단 의사가 수치로 확인된 이상 이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우선 검토해야 할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노조 요구안이 회사 재무와 주주 환원 정책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둘째, 성과급 제도화가 정관과 상법상 주주총회 권한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지 외부 법률 검토를 거쳐야 한다. 셋째,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임시주주총회 등 주주 의견 수렴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공론이 있는 곳에 따름이 생긴다. 삼성전자 성과급 분쟁의 해법도 힘의 우열이 아니라 절차의 바름에서 찾아야 한다. 노사 협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적 이익 배분 구조를 바꾸는 문제라면, 이사회는 주주와 시장 앞에서도 설명 가능한 길을 택해야 한다.


중의난위 (衆議難違)는?


여럿의 뜻은 거스르기 어렵다. 유교 정치철학에서 공론(公論)은 단순한 다수결이 아니다. 맹자(孟子)는 "천하의 일은 한 사람의 뜻으로 정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군주도, 대부(大夫)도 민심(民心)을 등지고는 오래갈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