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경영

신독(愼獨)을 잃은 운전대… 정현이 대표 음주운전 의혹의 무게 [유교경영리포트]

정몽혁 회장 장녀 의혹에 회사 측 “할 말 없다”… 오너가 준법 윤리와 설명 책임 도마

김정기 기자
2026.05.15·7분 읽기·조회 267

 

음주운전은 사소한 일탈로 치부될 수 없다.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는 행위는 자신의 편의를 위해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다. 법률 위반이기 이전에 공동체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그룹 회장의 장녀로 알려진 정현이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 대표를 둘러싸고 과거 음주운전 처벌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안은 범현대가 오너 일가의 준법 의식과 책임 윤리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정 대표는 2008년과 2009년 음주운전으로 약식명령을 받았고, 2017년에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2017년 사건 당시에는 무면허 상태에서 술에 취해 차량을 운전했으며, 혈중알코올농도 역시 면허취소 기준을 웃돌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정 대표의 현재 직위,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지분 보유 여부,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의 가족회사 성격, 과거 음주운전 처벌 의혹, 회사 차원의 준법경영 기준 등에 대해 사실확인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구체적인 해명이나 반론 없이 “할 말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번 사안은 한 개인의 과거 행적만을 문제 삼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 대표는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 대표로 알려져 있고,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주주로도 이름이 거론된다. 기업 대표이자 오너 일가 구성원, 주요 지분 보유자로 알려진 인물이라면 그에게 요구되는 준법성과 윤리 기준은 일반 개인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음주운전은 우발적 실수라는 말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행위다. 도로 위 운전자는 타인의 생명과 직접 맞닿아 있다. 술에 취해 판단력을 잃은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순간, 운전자는 자신의 책임을 공동체 전체의 위험으로 전가한다.

 

더 큰 문제는 반복 의혹이다. 해당 보도처럼 같은 유형의 위반이 여러 차례 있었다면 이는 단순 과오를 넘어 준법 의식의 문제로 읽힐 수 있다. 한 번의 잘못은 실수로 설명될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반복은 태도의 문제로 넘어간다.

 

이 대목에서 떠올릴 말은 신독(愼獨)이다. 혼자 있을 때도 삼간다는 뜻이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를 경계하고 바르게 처신해야 한다는 유교적 자기 절제의 원칙이다.

 

음주 후 운전대를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바로 신독의 시험대다. 단속 경찰이 보느냐, 주변 사람이 말리느냐,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느냐보다 먼저 스스로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의 선택이 그 사람의 본질을 드러낸다.

 

유교에서 경영자의 출발점은 수신(修身)이다. 자신을 먼저 바르게 한 뒤에야 집안과 조직을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거창한 통치 구호가 아니다. 책임 있는 자리에 선 사람일수록 자기 절제와 품행이 먼저라는 경계다.

 

기업은 법적으로 하나의 조직이지만, 사회는 기업을 사람의 얼굴로 기억한다. 회장, 대표, 주주, 창업가 일가의 이름은 기업 이미지와 분리되지 않는다. 기업이 임직원에게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을 요구하려면, 그 기준은 먼저 오너 일가에게 적용돼야 한다.

 

상행하효(上行下效)라는 말도 있다. 윗사람이 행하면 아랫사람이 따른다는 뜻이다. 조직의 윤리는 규정집에만 있지 않다. 위에 있는 사람이 법과 책임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조직 문화가 시작된다.

 

회사 측의 “할 말 없다”는 대응도 아쉬움을 남긴다. 회사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개인 사안이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일부 언론 보도처럼 대표이사 지위와 계열 지분 보유가 함께 거론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사실관계와 회사의 준법경영 기준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다.

 

침묵은 때로 해명보다 더 큰 의문을 낳는다.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면 바로잡아야 하고, 사실이라면 그에 맞는 책임 있는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오너 일가의 윤리 문제가 제기됐을 때 기업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면, 준법경영이라는 말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논어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는 말이 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잘못이라는 뜻이다. 이번 사안에서도 중요한 것은 과거 의혹 그 자체만이 아니다. 그 이후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어떤 책임을 졌는지, 지금 어떤 설명을 하고 있는지가 본질이다.

 

정 대표 관련 의혹은 현대가의 이름과도 맞물려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라 정 대표가 범현대가 오너 일가 구성원이라는 점이 거론되는 만큼, 이번 사안은 개인 문제를 넘어 기업과 가문의 책임 윤리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범현대가는 한국 산업사에서 상징성이 큰 이름이다. 그 이름은 창업과 성장의 기억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더 높은 책임의 기준도 함께 요구받는다.

 

오너 일가의 이름은 때로 기업의 자산이 된다. 그만큼 그 이름은 스스로를 더 엄격하게 묶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스스로 쌓아 올린 명성과 신뢰가 결국 자신에게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하는 줄이 되는 셈이다.

 

음주운전은 사회적으로 더 이상 관용의 대상이 아니다. 한순간의 판단 착오가 누군가의 생명과 가정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을 대표하거나 지분을 가진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면 공공 안전과 법질서에 대한 태도는 사적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과거 처벌 여부만이 아니다. 일부 언론 보도로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오너가의 이름으로 기업과 연결된 인물이 어떤 준법 의식을 보여야 하는지, 회사는 그에 대해 어떤 기준과 설명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의 문제다.

 

준법은 선택이 아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법의 시작이고,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삼가는 것이 도덕의 시작이다.

 

신독을 잃은 운전대는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의 이름, 가문의 이름, 사회적 신뢰까지 함께 흔든다. 오너가의 책임은 바로 그 기본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