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셀프 복지’에 갇힌 인천공항… 공공기관의 공(公)은 어디에 있는가? [기자수첩]

정기주차권 3만1265건 발급에 실제 사용은 5134건… 국민 불편 뒤에 숨은 특권의 장부

김정기 기자
2026.05.15·6분 읽기·조회 192

 

인천국제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국민의 이동이 시작되고, 외국인이 한국을 처음 만나는 공간이다. 그곳의 질서는 단순한 시설 관리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얼굴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 감사가 드러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주차장 운영 실태는 이 얼굴에 깊은 흠집을 남겼다. 전체 주차면 3만6971면 가운데 직원과 입주기관 등에 발급된 정기주차권은 3만1265건이었다. 전체 주차면의 84.5%에 해당한다. 반면 하루 평균 실제 사용은 5134건, 13.8%에 그쳤다.

 

국민은 빈자리를 찾지 못해 단기주차장을 돌고, 직원과 관계기관에는 쓰지도 않는 권리가 대량으로 풀려 있었다. 주차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공공 자산을 배분하는 원칙이 먼저 무너져 있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이다. 제1여객터미널 상주 인력은 공사 직원 374명, 자회사 직원 7391명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접근성이 좋은 단기주차장 정기권은 공사 직원에게 1289건, 자회사 직원에게는 136건 발급됐다. 인력 규모로 보면 자회사가 훨씬 많지만, 주차 권한은 본사 직원에게 집중됐다.

 

같은 공항에서 같은 시간을 버티며 같은 기능을 수행해도,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로 권리가 갈린다면 이는 공공기관의 운영 원리가 아니다. 내부 신분 질서가 공공 편익 위에 올라선 구조다. 공항이 국민의 공간인지, 일부 직원의 편의시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적 사용 정황은 더 무겁다. 지난해 연가 중 무료 정기권으로 주차장을 이용한 사례는 1220건, 이용자는 1017명에 달했다. 면제된 요금만 7900만 원이었다. 점심시간 터미널 식당가 이용으로 추정되는 출입도 4302건 적발됐다. 해외여행 기간 22일 동안 55만 원 상당의 주차요금을 면제받은 사례, 귀향 명목으로 49일간 주차장을 이용한 사례도 드러났다.

 

출퇴근을 위해 부여한 권한이 휴가와 외식, 명절 이동의 편의로 변질됐다. 지난해 1·2터미널에서 면제된 단기주차 요금은 41억 원에 달했다. 공사 연간 단기주차 수익 366억 원의 11% 수준이다. 공공기관의 복지가 국민의 불편과 수익 손실 위에서 작동한 것이다.

 

이번 사안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반복성에 있다. 불과 석 달 전인 지난 2월 11일, 국토교통부는 인천공항 주차대행 개편 과정에서도 졸속 추진과 절차 위반을 지적했다. 적정 임대료가 7억9000만 원에서 4억9000만 원으로 낮아진 정황, 여객운송 면허가 없는 업체에 셔틀 운영을 맡긴 정황도 문제가 됐다.

 

한 분기 안에 같은 공기업이 같은 주차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감사 지적을 받았다면 이는 우연한 실수가 아니다. 제도와 감시, 책임 체계가 함께 느슨해진 결과다. 공공기관 내부에서 “이 정도는 괜찮다”는 관행이 쌓이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기권 관리 소홀로 국민 불편을 초래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업무체계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는 필요하다. 다만 사과는 시작일 뿐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문장으로 된 유감 표명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조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번 사안을 두고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는 내부 구성원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지 않다. 국민의 시간과 비용, 안전과 편의를 우선하는 데 있다.

 

유교에서 말하는 공(公)은 사사로움을 누르는 기준이다. 공직과 공공기관의 ‘공’은 이름만의 장식이 아니다. 사익을 절제하고, 권한을 바르게 쓰겠다는 약속이다. 논어에는 “정명(正名)”의 가르침이 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공기관이 공공성을 잃으면 그 이름부터 흔들린다.

 

인천공항 주차장은 직원 복지의 부속물이 아니다. 국민이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공공 인프라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세계 최고 공항이라는 수식어도 공허해진다. 화려한 터미널과 첨단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공정성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부당하게 면제된 주차요금은 환수해야 한다.
둘째, 정기권 발급 기준과 사용 내역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공사·자회사·외주 인력 간 주차권 배분의 형평성을 다시 세워야 한다.

 

책임자 문책도 불가피하다. 관리 소홀이라는 말로 덮기에는 국민이 겪은 불편과 공공자산 훼손의 규모가 작지 않다. 제도는 사람이 느슨해질 때 무너지고, 관행은 책임을 묻지 않을 때 반복된다.

 

인천국제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그 관문이 국민에게는 막히고, 내부자에게는 열려 있었다면 이는 단순한 주차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묻는 문제다.

 

공항의 품격은 건물의 크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국민 한 사람의 불편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인천공항이 다시 세계 최고를 말하려면, 먼저 공(公)을 사(私)에 앞세우는 가장 평범한 원칙부터 회복해야 한다.